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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일상] 이비인후과 다녀온 후기.

10월 13일.

제 생애 처음으로 혼자, 그리고 처음으로 이비인후과를 갔었습니다.

이유는 2주 전부터 침을 삼키거나 이어폰을 끼거나 뺄 때

왼쪽 귀에서 진동판이 찌그러지는 듯한 '딸깍' 소리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등 소리를 듣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그사이 동안 방치해뒀다가

시간이 나는 13일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봤는데

결과는 좀 놀라웠습니다.

제가 이쪽 음향에 취미를 둔 후, 귀를 깨끗이 하기 위해 아침마다 면봉으로 귓속을 한 번씩 긁어주는 습관을 '일부러' 들이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귀에 있던 귀지를 고막 쪽으로 밀어준 꼴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쌓인 귀지가 누적되어 고막 근처에까지 빼곡히 쌓여 귀에서 '딸깍' 소리가 나던 것이었습니다..

유튜브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타인의 귀지를 제거하는 영상을 보며 "와 진짜 저 정도로 귀지가 쌓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마냥 생각할 일이 아니더군요.

이 쌓여있는 귀지를 우선 소형 집게를 이용, 최대한 귀지를 제거한 뒤

집게로는 불가능한 고막 근처에 있는 단단한 귀지는 초소형 공기총(콤프레셔?)을 이용하여 분쇄, 제거하더라고요.

위 과정 중 공기총을 이용해서 귀지를 빼내는 과정이 정말 아팠습니다.

고막을 찢는 듯한 고통이었는데 실제로 후에 물어보니

의사 분은 "사실 고막은 찢겨도 2주 정도가 지나면 다 아무니 고막을 찢을 생각 하고서라도 빼내려고 했습니다."라고 하셔서 좀 섬뜩하고 '그 정도로 귀지가 고막 근처로 간다면 위험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이어폰을 어느 정도 볼륨으로 들어야 하는지, 노즐 즉 삽입 깊이가 긴 이어폰을 어떻게 보시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했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아 글에 담진 못했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라면

귀지는 귓속 통로(외이도)가 3~4cm라고 치면 그중 2.5cm는 털이 자라는 부분이고 나머지 1.5cm는 털이 자라지 않은 연약한 피부인데

귀지는 위 2.5cm 가량의 털이 자라는 부분에서만 발생하니

면봉을 사용하더라도 그 2.5cm 가량만 (깊이 삽입하지 않고) 살살 밖으로 긁어내는 걸 추천드리고 아까 그 고막을 찢는 듯한 고통은 1.5cm 가량의 연약한 피부에 자극을 줘서 그런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음으로 이런 귀지를 빼는 게 몇 달 주기가 좋나요?라고 물어봄에 "딱히 문제가 없다면 안 오셔도 되는데 그래도 찝찝하시면 1년 주기로 방문하시면 돼요"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네요.

아무튼 그렇게 잠시 대화를 마친 뒤

이왕 이비인후과에 온 김에 청력테스트도 요청해봤습니다.

테스트 환경은 주변 소리를 차폐한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진행하였고

헤드폰을 쓰고 누를 수 있는 버튼을 손에 쥐고, 헤드폰에서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헤드폰 부분 중 귀에 닿는 부분이 가죽이나 솜이 아닌 그냥 플라스틱이었다는 것이고, 왼쪽, 오른쪽에 따라 버튼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왼쪽, 오른쪽 소리를 번갈아가 아닌, 오른쪽 검사가 끝나면 왼쪽 검사. 이런 식으로 따로따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건강검진 때에 오른쪽, 왼쪽 중 들리면 그쪽 손 드세요~ 이런 걸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ㅎㅅㅎ

결과는 이렇습니다.

각각 오른쪽, 왼쪽의 청각 반응 그래프인데 저 그래프 중 0이 제 나이대 평균 테스트 결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표를 보여주시면서 의사 분이 "이게 칭찬인지 모르겠는데 저와 청력이 비슷하시네요"라고 말씀하시던 게 기억나네요.

사실 컴퓨터 상으로 보여주시며 그림을 그리시며 "소음성 난청은 이렇게, 이어폰 많이 사용하시는 분들은 이렇게"라고 하시며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지만

이때 "제가 이걸 휴대폰으로 잠시 찍어도 될까요?"라고 하자 아 그럼 뽑아드릴까요? 하시며 그림 그리셨던 걸 초기화 해버리셨기도 하고 제 기억력 때문에 그에 대한 내용은 블로그에 담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앗.. 아아..)

아무튼 제 청력에 대해선 "정상보다는 조금 좋은데 그렇다고 뛰어난 건 아니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잘 때도 태블릿으로 스피커를 틀고 영상을 보며 잠을 자고 학원 등에서도 이어폰으로 음악감상을 하는 등 귀가 쉬는 시간이 별로 없어

청력에 대해 걱정을 좀 했었는데 아직 귀가 정상이라고 하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ㅎㅎ

이후 집에 돌아가며 이비인후과에서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지금이라도 안 쓰면 까먹을까 봐 바쁘게 쓴 글이고 그래서 많이 난잡할 수 있는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액은 총 18000원이 나왔네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게 있다면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이비인후과 한번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매일 귀 청소하던 제 귀에 그렇게 귀지가 쌓여있을 줄은...